DAY 2
'낭만'
텐진 - 벳푸

한 새벽 1~2시 경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신나게 하다가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날 수 있다면, 오호리 공원 쪽을 산책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와 함께 첫째 날 밤을 마무리지었다.
자기 직전에 이런 얘기를 했지만, 저번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전 날에 밤을 샌 상태였고, 잠은 비행기에서 자다깨다 했던 것과 저녁 먹기 전 1시간 정도 잤던 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니나 다를까 일찍 일어나는 데에는 대실패를 하게 되었고, 대충 씻고 텐진 거리로 나와보니 아침 11시가 되어 있었다. 1시 20분경에 하카타역으로 돌아가서(텐진에서 하카타로 넘어가는 데에는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벳푸로 넘어가기 위한 특급 소닉 열차를 타야했기에... 반대 방향인 오호리 공원이나 후쿠오카 타워, 박물관쪽으로 가서 관람할 시간이 없었다. 조금은 아쉬웠지만 잠은 잘 잤기에 큰 상관하지 않기로 했고, 우리는 텐진 인근에 있는 '베스트텐키 후쿠오카 본점'으로 가기로 했다. 전자제품 판매점이긴 했지만 윗층에는 멜론북스, 카드샵 같은 곳도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컸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렇게 또 카드 구경을 빼놓지 않고

베스트텐키 윗 층에는 전 날 봤던 카드샵보다 더 큰 규모의 카드샵이 있었고,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이 광경을 목도한 J형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이 형은 엄청 큰 유희왕 카드 박스를 하나 사게 되는데...
나는 근처에 있는 멜론북스로 가서 여러 동인지와 서클 앨범들을 구경했다. 내가 찾고 있는 앨범은 딱히 안 보여서 내일 한 번 더 구경해보기로 결정했고(이 지점이든 다른 곳이든), 어느 정도 구경을 마치고서는 슬슬 하카타역 쪽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사실 조금 올라가서 텐진역으로 돌아간 다음에 공항선을 타도 됐었는데, 어쩌다보니 나카 강쪽으로 걷게 되어서 나카스카와바타역으로 가서 공항선을 타게 되었다. (하카타까지 공항선으로 2역)
가는 동안 '구 후쿠오카현 공회당 귀빈관'도 보고 나카 강도 구경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물이 굉장히 불어 있었다. 사실 여기 인근은 4월 말에 잠깐 후쿠오카를 다녀왔을 때 밤에 들렀던 곳인데, 낮에 와서 다시 보니 굉장히 감회가 새로웠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사진 상 앞에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저 다리(후쿠하쿠 만남 다리)에서 찍었던 야경을 올려서 같이 로그로 남기지 않을까 싶다.

하카타역으로 돌아와서 에키벤(기차역에서 파는 도시락)을 사서, 벳푸로 가는 특급 소닉 (27호) 열차에서 점심을 먹었다. 기차 여행 중에 에키벤이라니... 나에게 있어서는 정말 낭만 넘치는 식사였다.
사실 하카타역에서 시간이 모자랐는데, 에키벤 파는 곳을 찾으러 도중하차(도착 전에 역 개찰구 밖으로 나오는 것)까지 했을 정도였고... 겨우겨우 열차를 잡아 타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래도 뭐 좋은 에키벤도 샀고, 기차 밖 풍경도 보면서 에키벤 맛있게 먹고 벳푸까지 잘 갔으니 그걸로 좋은 것 아닐까? 여튼 특급 소닉 열차도, 에키벤 관련해서도 잘 가이드라인을 잡아준 D형한테 감사할 따름이었다.


2시간 정도의 이동을 마치고 벳푸 역에 도착했다. 여행 오는 4일 내내 장마철 맛집일 거라는 예보와는 다르게 비가 조금 일찍 왔다가 다 그쳤는지, 날씨가 상당히 좋아서 풍경이 엄청 잘 보였다. 벳푸 역에서 선로와 전경 사진을 무진장 찍은 다음에, 묵을 숙소로 체크인하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숙소가 역에서 떨어진 바닷가 앞 쪽이라 조금 거리가 있었고, 걷기는 귀찮았던 지라... 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던 택시를 타고 숙소 앞까지 가기로 했다. 일본에 여러 번 와봤었지만 택시는 얘기만 들었지 실제로 타본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사진을 다시 보면서도 일본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는 게 언제나 신기할 따름이었다. 여튼 1km 남짓한 거리를 550엔, 기본 요금에 거의 근접한 금액으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러 왔는데 생각보다 로비부터 굉장히 고급졌다. 간단하게 체크인을 한 후 열쇠를 받아 옆에 있는 셀프바를 구경했는데, 나름 괜찮은 것 같았다. 셋이서 커피를 한 잔씩 마신 후 빛은 조금 맘에 안 들었지만 꽤나 예쁜 외관 뷰를 등지고 사진을 하나씩 찍고 체크인을 하러 윗층으로 올라갔다.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와봤더니 안은 굉장히 깨끗했다. 다다미도 그렇고, 뭔가 생각했었던 료칸 숙소다운 느낌... D형 말로는 '가격이 센 편이 아니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가성비가 좋고 꽤나 본격적인 곳을 잘 고른 것 같다'고 했다.
여튼 우리는 그렇게 숙소에 만족하며 대충 짐을 풀었고 나가기 귀찮다고 나갈까 말까 하다가 저녁 식사 거리를 사기 위해서 밖에 있는 '유메타운'이라는 쇼핑몰에 가보기로 했다. 조금 걸어야 했지만 그렇게 날씨가 덥지는 않아서 괜찮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장을 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 때문에 '유메타운'에 가서 식자재 마트를 보자 나는 무진장 눈이 돌아가버렸고.. 정말 저녁거리를 한가득 사게 되었다. 사실 이래놓고 높은 확률로 다 못 먹는게 국룰이었다
우리나라의 대형 마트와 크기는 비슷해보였는데, 소량으로 포장하여 판매하는 신선 식품도 꽤 종류가 다양했고, 밥이나 도시락, 면 등의 종류도 다양했다. (오죽하면 그냥 '쌀밥'을 용기에 포장해서 판매할 정도였다!) 사진에서도 보이는 소량의 토마토, 덮밥, 삼각김밥에 덮여 잘 보이지 않는 소면이 바로 그런 종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다양하고 합리적으로 팔았으면 장 보기에 더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내심 해보며 일본 로컬에서의 쇼핑을 신나게 즐겼다. 다른 형들은 저녁 식사 장보기를 대략 1000~2000엔 안밖 선에서 끊었는데 나만 3000엔 정도 나온 걸 보면 말 다 한 것 같다.
위에 올라가보니 옷 매장과 자그마한 오락실도 하나 있었다. 벳푸의 목적이 오락실은 아니었기에, 그냥 게임 한 판만 돌리고 금방 나왔다.


그리고서 장 본 거리를 챙겨 료칸에 돌아와보니 잠자리가 깔려 있었다. 원래 료칸은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바로 벳푸에서의 하이라이트, '프라이빗 가족탕'이었다. 본래 이 숙소에는 각 방에 씻는 곳이 있는 게 아니라 공용 목욕탕이 하나 있다. (이 숙소 기준 5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추가 요금으로 1000엔을 내면, 45분 동안 바닷가 뷰가 보이는 프라이빗 가족탕을 예약할 수 있게 해준다. (공용 목욕탕 한 층 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낭만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대략 일몰 시간에 맞춰 가족탕을 예약했었다. 바닷가 뷰이기 때문에 해가 지는 방향이 바닷가와 반대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아침 시간대에 예약이 많았던 것도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프라이빗 가족탕은 굉장히 깔끔했고 뷰는 굉장히 트여 있었고, 비 오지 않는 맑은 날씨에 해 지는 시간대의 하늘은 굉장히 장관이었다. 다른 누구도 없는 가족탕에서 해 지는 바닷가를 바라보며 목욕을 하는 건 굉장히 낭만 있는 일이었다. 따뜻한 노천탕에서 형들과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얘기를 하고 있자니 45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이런 재미에 여행을 다니고 계획을 세우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노천탕에서 엄청난 낭만을 즐기고 돌아와서 우리는 숙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아까 장 봐온 저녁거리를 두루두루 펼쳐두고 밥에 면에 간식에 술까지 정말 배가 터지도록 먹고 수다를 떨었다. 이런 시간이 많은 건 정말 자유 여행의 크나큰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밤쯤에 잠깐 나와 돈키호테에 가서 더 마실 술을 포함한 이것저것을 사오고 가위바위보에 져서 짐꾼이 된 D형의 외마디 절규를 듣고, 시간이 늦어 셀프바에서 얼음을 가져올 수 없음에 안타까워하며 숙소에 돌아와 공간은 똑같은 2차를 즐기고, 이른 새벽이 되어서야 잠을 청했다.
여담이지만 술을 마시는 도중에 화장실에 갔다 와서 미닫이 문을 열고서 눈 앞에 펼쳐졌던, 다다미 방에 깔린 이불, 멀리 있는 식탁과 거기에 놓여진 수많은 일본 음식들, 그리고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던 두 형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은 정말 '내가 지금 일본 현지로 여행을 와서 이 형들과 신나게 놀고 있구나'라는 걸 다시금 실감하게 했다.
DAY 3
낭만 끝에 또다른 여행지로
벳푸 - ???

3일차 아침. 숙소에서 일어나 어슬렁어슬렁 내려가 보니 조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번 숙소에 머물면서 '조식 가이세키(会席, 모여서 먹는 일본식 정식 요리)'가 포함된 플랜을 예약했는데 (물론 예약은 D형이 했다), 료칸부터 가이세키까지 보면서 느끼는 거였지만 정말 신기하지 않은 게 없었다. 첫 날에도 공항에서 연어 정식을 먹었긴 하지만 역시 가이세키는 가이세키인가, 좀 더 일본 정통 가정식의 느낌이 나면서 구성도 다양한 식사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료칸에서의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체크아웃을 한 뒤, 버스를 타고 다시 벳푸역으로 돌아갔다. 벳푸역에서 10시 20분경에 다시 특급 소닉 (20호) 열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야하기 때문이었다.
과연 우리가 그 다음으로 향한 3일차 여행지는 어디였을까?
여행 2일차, D형 시점 여행기로 보기
[갓네오] 2. 특급 소닉과 함께 벳푸를 향해 (Naver Blog)
[갓네오] 3. 벳푸에서의 하룻밤 (Nave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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