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낭만 끝에 또다른 여행지로
벳푸 - 코쿠라 - 텐진


그렇게 체크아웃을 한 뒤, 버스를 타고 다시 벳푸역으로 돌아갔다. 벳푸역에서 10시 20분경에 다시 특급 소닉 (20호) 열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야하기 때문이었다.
과연 우리가 그 다음으로 향한 3일차 여행지는 어디였을까?
그것은 바로 기타큐슈였다. 여행지를 얘기하면서 '잠깐 기타큐슈도 들러보는 게 어떨까' 하는 얘기가 나왔었고, 벳푸에서 돌아오는 길에 정말 잠깐 들러보자는 생각으로 북큐슈의 교통망 요충지인 고쿠라(小倉)역으로 향한 것이었다. (D형의 얘기에 따르면 살짝 우리나라 수도권에서의 수원역 같은 포지션이라고. 왠지 생긴 것도 그래 보였다.)
사실 고쿠라에서 무엇을 할까?에 대해서는 딱히 정해놓은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일단 고쿠라역 근방 500m 내외에서 걸어다니는 걸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일단 <아루아루시티>라는 쇼핑몰로 가보기로 했다. 서일본 최대 규모의 서브컬쳐 쇼핑몰이라나? 애니메이트, 게이머즈, 멜론북스, 만다라케, 캐릭터굿즈 샵 등... 볼만한 게 다양한 건 참 좋은 것 같다.




역과 연결된 통로 초입부터 적당한 규모의 중고 서브컬쳐 굿즈 가게와 작지만 있을 거 다 있는 오락실을 보고 '아, 여기 잘못 갇혀 있다간 오늘 안에 못 나올 지도 모르겠구나' 싶었다. 그도 그럴게, 오락실에서 잠깐 게임 몇 판만 하고 나올까 했다가 정신 차려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가있었고... 아루아루 시티에 아직 볼 층들은 많이 남아있었기에 우리는 조금 서둘러 위로 향했다.
애니메이트 매장의 큰 사이즈와 다양한 굿즈의 종류가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 되게 어마어마한 걸 보고 한 번 당황했지만, 많으니 좋다는 심정으로 기념품을 챙길 겸 굿즈도 여러 개 샀다. 만다라케에서 동인지도 조금 사고, 멜론북스에서 서클 앨범을 오늘도 찾아봤으나 역시 안 보였다. 오히려 전 날 아침에 본 베스트텐키의 매장이 더 종류가 많았다. 결국 저녁에 텐진에서 베스트텐키를 잠깐 들렀다는 후일담
내가 애니메이트에서 굿즈를 사고 나오는 동안 이 형들은 오늘도 옆에서 카드샵을 열심히 구경하고 있었다. 오늘도 목이 빠져라 카드를 쳐다보는 두 사람.. 어제와는 다르게 유희왕 카드뿐만 아니라 (카드를 쓰고 육성하는 이런 유형을 통틀어 무슨 장르라 말하는 지는 까먹었지만) 우마무스메나 프리코네 같은 여러 장르의 게임 카드들도 있어서 그런지 D형도 카드에서 눈을 떼지를 않았다. 같은 장르의 카드라도 가격대가 천차만별인 걸 보면 카드란 건 대체 뭘까... 싶기도 하다.


사실 고쿠라에서 점심으로 우동도 먹고, 이곳저곳 더 둘러보고 싶었으나 시간 상 여의치 않아서라기엔 점심도 거른 채 아루아루 시티에서 너무 오래 지박령처럼 있었어서 슬슬 하카타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원래 기존처럼 소닉 특급 열차를 타는 방안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신칸센을 타보기로 했다. 가격은 600엔 정도 더 비싸지만, 특급 열차보다 30분 정도 더 빨리 갈 수 있다. (물론 살면서 신칸센을 타볼 기회가 더 없을 거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도 있었다.)
그런데 아루아루 시티에서 넘어와보니 노조미 25호 열차가 오는 시간이 너무 근접해 있었다... (상단 사진 전광판 오른쪽 위, 3시 14분 출발 열차. 촬영 당시 시각은 3시 11분이었다.) 우리가 물품 보관함에서 캐리어를 챙기는 동안 D형이 후딱 표를 발급받고 있었는데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결국 노조미 열차는 놓치게 되었고... 그냥 다음에 오는 코다마 849호 열차 (3시 34분 출발 열차)를 타기로 했다. D형이 신칸센 자유석 티켓도 지류로 발급받아줬겠다, 넘어가기 전에 역 편의점에서 요기나 할까 싶어 점심 대용으로 야끼소바 빵 하나를 사서 승강장으로 올라갔다.
우리가 놓친 노조미는 도카이도-산요신칸센에서 최고 등급인 방면, 코다마는 그것보다 낮은 완행 신칸센... 그래서인지 D형도 나도 노조미를 놓친 것에 대해 조금 아쉬워하며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의도치 않았지만, 우리가 잡은 건 하루에 1회 왕복 운행한다는 헬로키티 신칸센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칸센이면 그냥 하얀 열차가 하나 들어오겠구나 싶었는데 핑크색으로 도색이 된 열차가 들어오는 데에서 한 번 놀랐고, 헬로키티가 그려져 있는 걸 보고 또 한 번 놀랐고, (하필 또 서 있던 곳이 사진처럼 잘 꾸며진 2호차 앞이었어서) 들어가서 헬로키티로 장식된 열차 내부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놀란 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두 형도 마찬가지였고... D형은 '존재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걸 잡거나 탈 생각은 아예 없었기에 얘를 이런 우연으로 타게 될 줄은 몰랐다'며 심히 당황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살면서 처음 타본 신칸센이, 그것도 신오사카-하카타 구간에서만 하루 1회 왕복하는 헬로키티 신칸센이라니... 심지어 2호차로 바로 들어와서 자유석에 앉게 되어서 열차 내부도 관람하고 신칸센의 속도감도 동시에 느끼는, 그런 세상 신기한 경험을 해보게 되었다. 고쿠라-하카타 구간이 20분밖에 안 걸린다는 게 조금 안타까울 정도이기도 했다.


그렇게 짧고 진귀한 경험 끝에 다시 하카타역으로 돌아온 우리는, 텐진으로 다시 넘어가기 전에 일단 하카타역 옆에 있는 아뮤플라자로 가서 기념품을 조금 보기로 했다. 어째 여행의 대부분이 쇼핑과 구경인 것 같지만 재밌으면 된 거 아닐까? 다른 형들이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고, 포켓몬 센터도 들르는 동안 나는 타워 레코드에 가서 앨범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일본 밴드 <츠유>의 새로운 정규 앨범이, 그것도 초회한정판이 재고가 딱 하나 남아있는 게 아닌가??
사실 처음에는 앨범이나 초회한정판에 그렇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번 초회한정판 앨범 디자인이 잘 나왔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통상 앨범에 없는 특별 책자도 있다 하니... 이걸 어떻게 참겠는가? 그렇게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직접 밴드 앨범을 사는 데에 도전해봤다. 이번 여행에서는 정말 '난생 처음 보는 것도, 처음 시도하는 것도 많은, 그런 재밌는 일들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앨범은 지금도 책상 위 잘 보이는 위치에 고이 보관 중이라는 후일담이다)


여튼 텐진으로 돌아와, 오늘은 저번 숙소랑 조금 다른 위치에 있는 곳에 숙소를 잡아서 조금 걸어갔다. 가다가 보이는 편의점과 풍경의 모습이 너무 예쁘길래 사진 한 장 찍었는데 완전 감성샷으로 나온 건 덤이다.
셋째 날 숙소는 첫째 날 숙소랑 굉장히 많은 게 비슷했는데, 저번과 같은 구성의 4인 벙커 침대에 무인 체크인, 유사한 디자인과 같은 시스템... 어쩌면 같은 곳에서 관리하는 게 아닐까? 여기가 첫째 날 숙소보다 좋은 점은 조금 공간에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고 (첫째 날 숙소는 여유 공간이 걸어다닐 공간밖에 없을 정도로 협소하긴 했다), 안 좋은 점은 바닥이 마루 재질이 아니었다는 것 정도? 여튼 우리는 짐을 대강 풀어두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저녁 메뉴는 이자카야였다! 내가 추천한 메뉴와 브랜드인 <토리키조쿠>로 향했다. 사실 토리키조쿠는 조금 알아봤었다가 저번 4월에 하카타역 근처에 있는 매장으로 가서 먹었었는데, 첫째 날에 텐진에서 돌아다니다가 <스시로> 옆에 이 매장(체인점)이 새로 생긴 걸 보고 셋째 날에 저녁으로 여기를 가자고 건의한 것이었다.
토리키조쿠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메뉴든지 360엔 균일가라는 것이다. 이자카야 분위기도 느끼면서 많이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 부담없고 제격인 브랜드 아닐까 싶다. (심지어 안주 중에 양배추도 있는데, 기름도 주고 무한리필도 가능하다!) 쉽게 납득이 안 간다면 위의 사진을 보자. 꼬치가 2개씩 들은 그릇, 소다 하이볼, 콜라 하이볼, 라멘 모두 360엔이다. 메뉴도 다양한 편이고 술도 많이 주더라. 솔직히 일본 한 번 더 간다 해도 무조건 가야할 것 같은 곳이다.
많이 먹고 배 터지게 나오겠다 다짐은 했지만, 배가 많이 줄은 것 같았다. 그래도 꼬치 5그릇이랑 라멘에 하이볼 두 잔까지 때려넣고 만족하며 나왔다. 오른쪽 사진 구석에 있는 꼬치는 실패작이라더라



밥 먹고 근처에서 아이스크림도 맛있게 사 먹고 오늘도 또 오락실을 잠깐 들러서 아예 새로운 게임도 해봤다. 근데 조금 하다가 손 아파서 그만 뒀다. 자고 일어나서 아침이 되면 바로 귀국해야 할 정도의 시간이었기 때문에 오락실에서 늦은 새벽까지 있기로 생각해두고 있었는데, 오락실 건물 자체는 24시간이지만 아케이드 리듬게임이 있는 층은 새벽 1시에 영업을 종료한다길래 퇴짜 맞고 나왔다.
편의점에서 마지막 야식 거리를 사와서 다시 숙소로 복귀해, 마지막 밤까지도 야식 까먹고 시시콜콜한 얘기나 나누면서 재밌게 밤을 마무리했다. 깜빡하고 술을 냉동고에 넣어놓고 나가서 드라이기로 급하게 말리는 바보같은 해프닝도 있었다. 제일 신기했던 건 면이랑 건더기 밖에 없어보이던 편의점 짬뽕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니까 짬뽕 국물이 생겨난 것이었다. 한국에는 이런 거 안 해주나?
여튼 짐을 거의 다 정리해두고, 면세품도 정리하고, 누워서 마지막 밤을 청했다.
DAY 4
집에 갈 시간
텐진 - (하카타 -) 서울



별로 바라지 않았던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날. 오전 11시쯤의 비행기라 당일에 딱히 일정은 없었고 일어나자마자 짐 다 챙기고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조금 북적이는 공항에서 체크인하러 잘못 서서 다른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가 나와서 한참 기다리면서 줄을 서고, 생각보다 금방 출국 수속을 마치고 면세 구역으로 들어왔다.
돌아가면서 약간의 면세 물품이랑 기념품을 사고,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대충 아침 겸 점심으로 형들은 제대로 밥 먹는데 나는 삼각김밥 사 먹으며, 의자에 앉아서 졸다가 깨다가 탑승동 끝쪽으로 나와 다시 비행기를 탈 준비를 했다. 역시 여행에 와서 제일 아쉬운 순간은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일 거다.


다시 비행기를 타고 12시 반쯤에 한국에 도착.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 찾고 뛰쳐 나와서 공항철도 타러 갔다. 일본에서 놀 때는 날씨가 좋았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무진장 비가 오고 있었다. 노량진쯤에 와서 게임이나 하러 갈까 3초 생각했다가 피곤하고 비도 와서 생각을 접었다. 우산을 쓰고 비를 뚫으며 캐리어와 면세품을 챙겨 집에 도착하니 오후 3시였다.
DAY AFTER
돌아오면서
여행 후기


갑작스럽게 계획이 시작된 여행이었지만, 형들이 많은 걸 알아봐주고 뭐할지 같이 얘기해 준 덕분에 딱히 별 큰 일이나 문제없이 재밌게 잘 놀고 잘 먹고 잘 즐기다 온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나 예보를 봤을 때 4일 내내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좀 많이 참담했는데 장마철맛집 여행을 오면서 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건 1일차에 입국해서 텐진으로 가기 전까지, 그리고 마지막 날 한국에 돌아와서 집에 가면서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맑은 날씨에 큰 변수 없이 잘 돌아다닐 수 있었던 거 같아 정말 다행이었다.
일본에서 먹고 얘기하고 놀고 마셨던 3일 동안 했던 얘기도 정말 많고, 기억에 남는 순간들도 여럿 있었다. 여러모로 잊지 못할 여행이었던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이 여행을 함께 다녀준 D형, J형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여담이지만 여행이 끝나고 후폭풍이 돌았는지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으로 한참 톡방이 시끄러웠다. 언젠가 한번 더 가던가 하고 싶다.
完
여행 3일차, D형 시점 여행기로 보기
[갓네오] 4. 키타큐슈 아루아루 시티, 그리고 헬로키티 신칸센 (Nave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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